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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사 :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공자는 시경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사특함이란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사회와의 관계를 배제하고 단절시키려는 생각이다. 그런데 현존하는 시경을 살펴보면 300여 편의 시 가운데 연인과의 애정을 노래하거나 상대를 원망하고 저주하는 내용이 80편 이상이 된다. 이것은 사특함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공자가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고 평가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그것은 시경을 배우는 목적과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개인의 욕망에 치우친 사특함은 부조화를 일으킨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적인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위해를 끼치고, 이것은 결국 관계의 단절을 불러일으킨다. '시'는 뜻이 지향하는 것이니, 마음에 있을 때에는 '지'가 되고 말로 표현되면 시가 된다. 이것은 시와 뜻의 관계를 설명한 글이다. 결국 마음에 있는 뜻이 말로 표현된 것이 시이다. 오늘날의 시 작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것은 대상에 따른 생각과 느낌, 혹은 어느 순간 지닌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동양의 시는 뜻을 담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 뜻이란 불변하며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진리에 따른 생각을 말한다. 큰 뜻을 세우는 것을 '입지'라고 하는데, 이때의 '지'도 불변의 진리에 따른 생각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개인의 성공과 희망, 욕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시경을 공부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언어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돌아보며 그것이 옳은지 여부를 판단하고, 절제된 언어를 선택해 표현해야 한다. 즉 사특한 욕심을 억누르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선한 본성에 따라 뜻을 세워 그것을 표현한 것이 시인 것이다. 

일으키고 확립하여 완성한다

예와 음악은 결국 인간이 가진 선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을 언어로 표현한 시에는 사특함이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인간은 이러한 음악을 통해 완성된다. 시를 통해 흥기시키고, 예를 통해 확립하며,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 시를 통해 흥기시킨다는 것은 뜻을 세운다는 의미이다. 뜻을 세우는 것은 단순히 목표를 정하고 매진하는 것이 아니다. 선한 본성에서 비롯된 것을 의미한다. 대학에는 팔조목이 나오는데, 뜻을 세우는 것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의 단계를 의미한다. 격물과 치지는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앎을 지극히 하는 것인데, 이치와 앎이란 물리적 법칙이나 개별적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물에 공통으로 내재된 천명 곧 이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치를 연구하여 앎을 지극히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내재된 선한 본성을 깨닫는 것이다. 뜻을 성실히 하는 성의와 마음을 바르게 하는 정심의 단계는 생각에 사특함을 없애서 선한 본성에서 비롯된 생각이 마음에 가득 차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뜻이며, 자신을 수양하는 수신은 곧 이러한 뜻을 확고하게 세워서 동요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통해 확립한다는 것은 자신이 세운 뜻을 사회가 용이하는 방법을 통해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선한 생각과 뜻을 세웠다 하더라도 상대가 납득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표출한다면, 오해를 일으키고 해를 끼친다. 예를 들어 서양의 인사법에는 가볍게 포옹을 하며 볼에 입을 맞추는 것이 있다. 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인사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연인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이런 방식의 인사는 오해와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반갑더라도 그것을 표현할 때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용인하는 행동양식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예이다.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는 것은 자신이 세운 뜻을 예로 표현할 때, 조화 또한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곧 수신의 단계를 확장한 제가와 치국, 평천하를 뜻한다. 본성에 의한 뜻을 확고하게 다지는 것은 나 자신에게 국한된 일이다. 한데 인간은 사회에 속해 있다. 유학에서 제가를 비롯해 평천하까지 언급한 것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제가는 집안을 다스린다는 것인데, 다스린다는 것은 '다 살리다'의 의미이다. 나 자신이 모범이 됨으로써 가족 구성원들이 감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행동할 때 예와 음악에 바탕한 질서와 조화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도록 하여, 상대가 스스로 느끼고 반성하여 변화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는 것은 이러한 최종적 단계를 지향하는 말이다.

공경하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

고대 예의 사상을 집약하고 있는 문헌은 예기이다. 예기의 첫 문장에는 예의 정신을 함축하고 있는 기록이 있다. 바로 "공경하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이다. 공경은 동양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자 덕목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경은 어른을 공경한다거나 인사를 잘한다거나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등 구체적 예절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 역시 공경에 해당하지만 지극히 단편적인 것이며 핵심은 아니다. 고대인들은 인간에 대해 마음과 몸을 구분해서 생각했다. 그러나 이 둘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하자. 자리를 양보하는 행위는 내 몸이 시행한 것으로, 몸으로 공경을 표현한 것이다. 만약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남의 눈치 때문에, 비난당하는 것이 싫어서 양보한 것이라면, 마음으로는 공경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은 예절 및 공경을 가식이라 하고, 허례와 허식이라고 한다. 이처럼 동양에서 말하는 공경은 몸으로도 나타나고 마음에도 나타나야 한다. 공경하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공경이라는 것이 몸과 마음에 일관되게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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